선박모형

어선(漁船)에대한 미련....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7. 5. 1. 21:55

 

유혹1.

 

보트조선소 현장을 떠난지도 5년정도 되었나보다.

어쩌다 보트조선소 현장을 들리면 싸~한  불포화 폴리에스테르 수지냄새가 이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담배를 끊은 골초가 오랜만에 담배냄새를 맡은듯, 수지냄새가 나를 끌어당기는듯하다.

'빨리 안 돌아오고 뭐해?  매일 일용할 8말(斗)의 수지가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ㅎㅎ

 

유혹2.

가끔씩 수조시험용 모형선을 제작하게 되는데

그게 어선일경우 예전의 기술자적인 관점에서 유심히 살펴보게된다.

오랜기간을 조선소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은 완성된 배의 모형을 보고있으면

이게 어민들에게 잘 팔릴배인지 안팔릴 배인지를 직감적으로 느낄줄 안다. 

그냥 필이 순간적으로 팍 꽂힌다.

어선의 수조시험선을 제법 만들어봤지만, 지금껏 필이 팍 오는 배는 두척밖에 없었다.

하나는 중소조선기술연구소에서 설계한것이었고, 또하나가 선박검사기술협회에서 설계한

위 사진의 어선이다.

이런배를 만나면 나는 조선소 현장에서 직접 실척어선을 건조하고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빌더로서 디자이너의 설계의도를 최대한 빛내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이미 돌아갈수없는 현실속에 살고있다.

 

평균의 힘.

 

 

 

나는 어선 설계도를 볼때, 이게 얼마나 평균의 힘이 강한지를 가장 눈여겨 본다.

너무 극단적인 선형이나, 특정의 성능을 강조하기위해 헐에다가 장난(?)치는거, 예를들어

어선의 선저에 스텝(step)을 설정한다든지, 어선의 선저를 카타마란식 턴널형으로 한다든지 등의

특이함을 추구하는 설계들은 짜증난다.(현장의 기사들이 작업하느라 등골빠지고 생산성 떨어지는건 말 안할란다)

한국어선들은 오직 달리기위해서만 존재하는것이 아니다.(외국의 sports- fisherman boat와

비교해선 안된다.한국어선은 그들만의 고유한 특성과 스타일 영역이 있다. 이러한 어민정서를

무시한체 외국 흉내낸 배로 어민에게 다가갔다간 그 조선소는  반드시 파리 날리게된다)

때로는 유어선(遊漁船)도되고, 작업선도 되며, 양식장 로프위에서 뒹굴어야하는때도 있다.

이러한 멀티플레이어적 능력과 스피드성능이 가장 평균적으로 조화된 배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위의 어선은 나의 관점만으로 평가하자면  평균의 힘이 아주 좋다(생산성의 면까지도 고려하여).

선저엔 편현 2줄의 lifting strip이 들어가있으며, quarter beam buttock angle도 거의 2도내외로 되어있어서

스피드 성능이 아주 뛰어날거같다. 

거기에 두가지 특징을 더했다.

선수의 바우스프릿(bow sprit)과 선미 선저의 프로펠러 턴널이 설정되어있다.

일본어선에서나 채용되던 바우스프릿이 이제 국내에도 서서히 퍼져나가는 모양이다.

(일본어선  따라서 한국 소형어선에도 balbous bow를 채용하는 어선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니..쩝)

어선에서 선수부분의 바우스프릿과 선미부분의 후갑판은 갑판상부의 트인공간이라서 톤수측정에서

제외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더욱 공간을 유용하게 넓게 쓰기위해 바우스프릿을 길게

앞으로빼고 선미갑판도 길게 잡으려는 일종의 세(稅)텍크적 발상이지만, 이게 국내의 어민들에겐

별로 어필하지를 못했다.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한국어민들은.. 한마디로 거추장스럽다는 거다.

정말로 공간이 절실한 문제라면 우리어민들은 배의 폭을 키워버린다. 앞뒤의 '씰데없는' 공간을

키우느니....ㅋㅋ  

이배는 갯바위에 낚시객들을 옮겨줄때 접안의 편리성을 고려하여 바우스프릿 선수를 채용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박스킬(box keel)이 끝나는부분 부근부터 시작되는 프로펠러 터널은 정말 잘 생겼다.

이것으로 프로펠러의 추진효율은 많이 향상될것이고,조선소에서 엔진과 축계, 프로펠러에대한

다양한 변수들을 소화해 낼수있는 융통성이 확보될것이다.

박스킬의 깊이를 많이 줄일수도 있으며,실제로 프로펠러 터널로 인해서 이 배는

낮은 quarter beam buttock angle에도 불구하고 박스킬의 뒷부분

깊이가 그리 깊지않다.저항도 적고,얕은 수심까지 접근할수가 있고,썰물때의 거선 안정성도 좋아진다. 

만약 프로펠러 턴널이 없었다면 박스킬은 상당한 깊이까지 내려와야했을것이다.

또한 축계 경사각도를 줄일수있으며, 프로펠러의 선택(클로버 형 ~ 대구경(大口徑) 小피치(pitch)형까지)도 다양하게 적용할수있게 될것이다.

 

흠..어느분의 설계인지는 몰라도 정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