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채취선 모형의 수리및 개조 의뢰를 맡게되었다.
이 모형선의 선주가 일본으로부터 중고 모래채취선을 구입했는데,
배 안에는 모형까지 덤으로 딸려있었다고한다.
배를 개조할 예정인데,,, 따라서 그에맞게 모형도 개조가 되어야한다는것이 선주의 생각이다.
공방에 들고온 모형선을 보는순간 인상이 강렬했다.
모형선이 이렇게 후줄그레 할 수도 있는거야? ㅋㅋ 누가 만든거여??
선체(헐과 덱크)는 발사 스트립을 붙여 만들었고, 덱크하우스들은 두꺼운 하드보드 종이로 만들어져 있었다.
선체 플랜킹 면은, fairing은 안중에도 없는듯 거칠고 울퉁불퉁하며, 페인팅면은 붓자국이 역력히 나타나있다.
모형으로서의 마감 완성도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60점이 나올까말까한 수준으로, 첫 인상은 허접하고 조잡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놈이 공방에 하루,이틀 놓여있는동안... 들여다 보면 볼수록 나는 이 모형이 범상치않다는 느낌을 갖게되었고,
들여다 볼수록 애착과 정이 들어갔다.
대부분의 모형들은 보면 볼수록 시들해지는 법인데, 왜 이놈은 그와 반대일까?
나의 추측으로는....
이 모형은 직접 그 배를 타고있던 아마추어 모형인이 제작했다.
그는 아마도 해군생활하면서 함정 모형께나 만들었거나, 아니면 나무로 새우를 많이 깎아봤던 사람일게다.
아니지,,,이게 일본에서 수입되었으니 모형에 손재주가 있다는 소릴듣던 일본인 선원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많겠다.
아마추어의 순수함(?)으로 자기가 타고있는 배의 모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 만들었는데, 그게 배의 브릿지에
보관하게 되었고, 배가 팔리면서 한국으로 같이오게 된것같다.
덱크 의장품들은 철저히 선원의 시각에서, 배의 운용자의 시각에서 제작되어있다 .
모래 채취기 라인이나, 바지선에 모래를 옮겨주는 기중기나, 크레인...등등의 설비들은 실제로 움직일수있게
만들었다. 크레인의 유압 실린더는 실제로 피스톤 운동을 한다. 활차는 레일을 따라 앞뒤로 이동을 할수있다.
프로펠러도 손으로 돌릴수있고, 레이더 안테나도 돌릴수있다.
시시콜콜한 소화전 박스나 작은 전등까지 그의 눈에 익은것은 뭐하나 빠뜨리지 않았다.
자기가 타고있고, 매일같이 이러한 설비나 의장들과 접하고, 자기배와 뱃생활에대한 애착을 가진사람만이 만들수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얼마에 팔릴까에대한 관심은 아예 �아볼수없다.
그저 좋아서, 천진난만하게, 주변에서 쉽게 구할수있는 모든 재료를 동원해서(컨베이어 벨트는 껌정 전기테이프로 만들었다^^)
자기배를 표현했다.
프로들은 디스플레이(전시) 모형을 만들때 구동부분을 움직일수있게까지 표현해주지는 않는 편이다.
단지 전시용일 뿐이므로 그런 부분들을 접착제로 고정해버리고 만다.
그저 칫수와,직선과 평면의 평활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곡면은 fair하게, 페인팅은 깔끔하게...등등의 상품가치에 치중한다.
프로 스케일 모델러의 작품에 개인의 개성이나 인간미를 넣는다는것은 허용되지도 허용해서도 안되는 세계이다.
모든것은 '도면대로 만들것' 이 원칙이다.
나는 오늘도 수백분의 일의 선박 축소모형을 만들면서 수치와 씨름하고,
가끔씩 골치아픈일이 걸릴땐 "씨바~ 이건 자학(自虐)산업이야!!!" 투덜거리기도한다.
모형의 엄밀성이 주는 스트레스를 풀고싶을때는 개인 소장용의 선박모형을 만들고, 배의 크기를 일반인이 실감할수있게
윙브릿지에 (라이터 돌 만한 크기의) 담배피는 선장 모형을 세우는 장난도하고, 브릿지 안에는 항해당직을 땡땡이치며 노는
항해사 모형을 감춰놓기도한다. 이게 모형에서 내가 누리는 자유이다.
모래채취선 모형을 만든 사람과 나와는 기질이 비슷한지 모른다.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걸 보면...
모형을 본 형님이 왈 " 딱 ~~니 취향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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