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선소(海馬船所)에서는

흔들목마를 만들며...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7. 4. 1. 23:47

아내의 부탁으로 흔들목마를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예정이라는데, 특수목들을 살 재료비도 안주고..ㅜㅜ

그냥 공방에 있는 나무로만 만드라고 했다.

적삼목과 스프러스로 만들었다.

 

 

 

<<"엄청난 금과 은, 비단을 아낌없이 조공으로 보내오는 중국인들의 유혹은 사실 달콤했고,

그들의 부(富)는 무기력해 보이기만 하다. 이 달콤한 유혹과 그들의 부유함으로 중국인들은

돌궐인들을 유인했고, 그 달콤한 미끼에빠져 수많은 돌궐인들이 죽었다.

오~ 돌궐인들이여!

 

만약 너희들이 그 나라로 들어간다면

오~ 돌궐인들이여!

너희들은  흔적없이 소멸되어 갈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이 오투칸의 삼림지대 (캉가이 山)를 떠나지만 않는다면

그곳은 부유함도 없겠지만 또한 재앙도 없는곳이라서, 우리의  제국을

영원히 유지해 나가리라.

오~ 돌궐인들이여! ">>

 

8세기 돌궐의 칸(khan,혹은  khagan)이었던 쿨테긴(kultegin)의 비석에 쓰여진 글이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유목민적인 취미로 평생을 일관하셨다.

말(馬)과,  매(鷹)사냥, 그리고 시(詩)를  즐기느라

평생 지게를 지지 않았으며, 농기구를 손에 잡지않은 특이한 인생을 살다가셨다.

외할머니의 고생이 오죽하셨겠냐마는,

그런 남편과 사는 힘겨움을 내색하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산 정상에 매 그물을 펼치고

매를 받아야 하는데, 매도 지능이 있는지라 몇번 당해보면

그게 인간의 함정이란걸 기억하게 된다.

그러면 몇날 며칠이고 매를 받을때까지 산에서 내려오지않는 남편을 기다리느라

생과부 신세가 된다.

또 매를 받아 돌아온 뒤부터는 매와 친해지기위해, 매를 길들이기위해 몇달간 지극정성을

매에게만 퍼부으니 이젠 소박맞은 뒷방색시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고나면 본격적인 사냥시즌이 시작되어 집을 떠나는 날들의 연속이다.

(매는 사냥시즌이 끝나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땜에 거의 연례행사로 되풀이된다)

매 사냥꾼이 매에게 쏟는 정성과 손길은 이루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다.

쓰다듬고 눈맞추고..물과 음식을 먹을때도 언제나 매를 먼저 먹인후 자신이 먹는다.

용맹한 하늘의 용사에대한 존경과 사랑은 거의 종교적으로 보일정도이다.

매에게로 향하는 사랑과 관심의 10%만이라도 외할머니에게 돌린다면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남편이 되었을텐데^^..

 

하늘을 활공하고있는 매를 보는것과, 내 방안의 횃대에 앉아있는 매를 보는것의 차이는 크다.

예닐곱살 무렵, 내가 우리집 닭 무리의  짱을 먹고있던 덩치 큰 붉은 장닭과 매일같이

싸워가며 '오늘은 화장실을 무사히 다녀올수있을까'로 고민하던시절 (그놈은 내가 마루에서

신발을 신는 폼만내면 저쪽에서 깃털을 곤두세운체 한판 붙자고  내 가까이로 달려왔다)

나는 장닭이 날짐승 중에서 가장 용맹한 놈이라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바깥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낮잠이깨어 일어났는데

내방 웃목에서  횃대에 올라앉은 낯선 매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릅 뜬 부동의 노란 눈자위와 날카로운 부리, 튼튼한  다리,살점에 박힐것같은 날카로운 발톱...

나는 매의 위용에 소름이 돋으며 슬금슬금 내방을 물러나왔다.

외할아버지의 매를 만난이후로 이젠 장닭이 그리 대단해보이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