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잡담

카약 선주 돌아오다.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7. 5. 24. 02:26

긴 항해를 끝내고 그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우리는 진수를 언제할까를 모의했는데...

글쎄다. ㅋㅋ 요즘 워낙 바빠서 말이지.

진수식에 참가를 할지조차 장담을 못할지경이다.

그동안 천정에 매달려서 먼지만 뒤집어쓰고있던 카약이

이제야 묵은먼지를 벗길날이 가까워오긴 하는가보다.

 

진수식.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가 진수식 스폰서가 되어, 선수재에 샴페인 한병 부수어 준다면

보트도 넵튠(Neptune)도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오늘날 진수식 스폰서는 그게 아가씨든,

소녀이든, 유부녀이건, 대개 여성이 그 역할을 맡는다)

 

 

대략 17세기경부터 배의 선수재에 제주(祭酒)를 부수어 바치는 의식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처음엔 주로  적포도주를 바쳣다고한다.

바이킹들은 배를 진수할때, 진노한 북해의 바다신을 달래기위해 인신(人身)제물을 바쳤다고하고

차츰 문명화되면서 인신제물대신 뻘건 적포도주로 대신했다한다.(적포도주는  인신제물의 피를

대신하는것이라고 할수있고, 인신제물 풍습의 잔재라고 봐야할듯).

우린 학교다닐때 새로 들여온 요트의  진수식이 있으면, 가장 얼굴이 돼지스럽게(?)생긴 1학년

노예를 제사상위에 얼굴만 빼꼼이 내밀게하여 인신공양 진수식을 한 웃긴 추억도 있다.

 

그 적포도주가 좀더 럭셔리하고, 퍽 터지는 시각효과도좋은 샴페인으로 대체되어 오늘날까지

유행하고있지만, 바다의 신에게 바치는 헌주가 오직 술이어야만 하는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주법 시행당시에는 물이나 사이다를 헌주로 쓰기도했고,

때로는 브랜디와 해수(海水)를 짬뽕으로 선수재에 터뜨리기도했다.(해수 언더롹을 즐기실 넵튠의

모습을 상상하면 웃기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가장 풍성한것은  우리나라 어민들이 해주는 진수식이다.

배 만드느라  수고했다고 하얀 인절미를 건네주는데, 그 떡속에 만원짜리 배춧잎이 들어있다.

(물론 전날밤에 선주의 아낙들이 돈을  깨끗이 닦아서 넣는다).

돈이 들어있는 인절미! 그거 아주 색다른 기분이다.

 

비록 샴페인이 없어도..

풍성한 막걸리를 벌컥이며 마시고(배와 바다에 먼저 헌주를 하고난 뒤..)

잘 삶은 돼지머리로 목에 낀 먼지와 그동안의 노고를 털어내고나면, 그날 하루만은 살만했다.

다음날부터 또 고행의 연속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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