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는 동생이 있었다.
보트제작을 배우기위해 처음으로 FRP조선소에 들어갔을때 거기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보다 3년정도 먼저 입문한, 나보다 6살 아래의, 당시 20대 초반의
녀석이었다.
나의 현장기술과 작업법은 대부분 그에게서 배웠다 할 만큼 그는 나에게 많은것을 가르쳐 주었다.
밤이면 보트 제도법(DRAFTING)도 배웠고, 그가 이 바닥에서 살아오면서 느낀 체험들을 빠짐없이 말해주었고
그의 강의의 끝은 언제나....이 바닥의 사장(社長)들 블랙리스트 순위( 돈 떼일 위험도 순위)를 알려주는것이었으며,
"형! 이바닥에서 살아가려면 정(情)에 강해야 합니다"라는 당부로 끝냈다.
그는 나의 초기 보트빌더시절 최고의 현장 교관이었다.
그기서 D를 만난이후로 우리는 7년여를 한지붕아래서 한솥밥먹고, 한이불 속에서 자면서
때로는 동업도하고 때로는 조선소의 하청일을하는 팀으로 떠돌기도하고,때로는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기술자로
오랜세월을 함께했다. 틈틈이 레이저(Laser)요트를 자작하여 같이 세일링도 하고..나의 사제(私製) 코발트폭탄의
피폭시험자가 되기 일쑤였으며...동생이자 친구로서 즐거운 세월들이었다.
frp조선계통은 워낙 3D업종이라서 같은 또래의 동료가 거의 없다.
오죽했으면... D의 형이 있었는데(뜨내기이긴 했지만 그도 같은 일을 했다) 그는 나보다 4살 아래인데도
"야, 오늘부터 너 말놓고 지내라!"라고 했을 정도이다.(그눔은 싸가지가 좀 없는편이라 얼씨구나 좋아했다. 썩을놈..ㅋ)
현장에서 친구처럼 지낼 인간관계가 이만큼 희귀한 업종도 없을것이다.
하얀 크루저요트의 환상에 사로잡혀 이 업종으로 뛰어들 사람들은 이런 내막을 알리 없겠지.
D가 작년에 자신의 웨이크보드를 수리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레일(RAIL)부위에서 박리가 진행되어 손바닥만한 넓이로 벌어져 있었다.
수리를 해봐야 외관도 별로겠고, 칼같은 엣지부위는 수리를해도 재발할 확률이 높아서
새로 하나 만들어 선물하기로 했다.
보드는 적삼목과 PVC foam으로 블랭크(blank)를 셰이핑한 후 , 유리섬유와 카본으로 스킨을 만들고 인퓨전공법으로
완성했다. D의 기존 넵튠사 보드보다 무게는 약 300그람정도 가볍고, 수제품(custom built)이라서 레일부위의 적층구조는
금형에서 양산되는 보드에비해 훨씬 더 박리의 위험이 낮다고 봐야할것이다.
아직 완공된것은 아니다.
마지막 투명칠을 해야하고 바인딩과 핀(fin)만 부착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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