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일 출장작업 가야됭께, 일찍 마칠란다.."
나이많은 배목수는 한창 일에 열중해있던 우리들에게 그렇게 말해놓고는
자신의 연장통을들고가, 햇살 기울어가는 조선소의 슬립웨이 침목에 홀로 걸터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대팻날들을 숫돌에 정성스레 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고즈넉하고 멋있던지 세월이 흘렀어도 그림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 늙은 목수가 사용하던 공구통은 아래 그림처럼 생긴것이다.
일명 '꾀돌이 뚜껑(clever's lid)공구통"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을정도로 유명한 형태인데...우리나라의 배목수들이 가장 많이
채용하는 공구통 형식이다. 칠푼이 목수는 뚜껑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헤멜정도로 교묘한 구조이다.
(위의 뚜껑 작동구조를 잘 보고 기억해 두어야만 칠푼이 목수 취급을 모면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무난하게 사용하는 꾀돌이 공구통에도 한가지 결점이 있다면...
여러가지 공구들이 너무 산만하게 쌓인체로 보관된다는 점이다.
삶이 늘 그렇듯이...
지금 당장의 작업에 사용할 공구는 언제나 공구통의 가장 밑바닥에 놓여있는 편이고,
그 공구를 꺼집어 내려면 위에 쌓여있는 공구들을 헤치고 들어내야만하는
불운(?)이 늘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이거야 원...
그렇다고 보트빌더가 가구목수들의 만물상같은 현란한 공구통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들은 꼭 필요한 몇가지의 공구만 챙긴체, 단일 공정을 많이 이동해가며 작업하는 편이다.
자..그러니 아래의 보트빌더용 공구통 도면을 보는순간 ,만들어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위:보트빌더의 현장용 공구통 도면. woodenboat magazine #206 에서 )
나는 도면칫수에 충실하게 만들지 않고, 나만의 칫수로 변경하여 만들었다(도면보다
길이와 폭, 높이가 더 크게 제작했다)
공구통의 무게를 줄이기위해 목재도 적삼목으로 변경했고,
공구통 윗바닥판(tray)도 6t합판으로 대체했는데
강도에 전혀 지장은 없었다.
현장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게되는 톱이나 대패, 드릴, 망치등은 공구통 위에 놓고 언제든 손에 집을수 있고,
자잘한 소품들은 세개의 서랍안에 분류하여 넣어두면 된다.
거추장 스러운 윗 뚜껑같은건 과감히 생략되어있는데,, 이게 대단한 결단이라는것을 아는 사람이 있을란가?
나도 몇번이나 윗뚜껑을 달고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것이 현장에서 사용할 공구통이며,
윗뚜껑때문에 공구를 집는데 방해가 되어선 안된다는 원칙을 따르기로 했다.
.....
공구통을 다 만들고나니
옆에 있던 미스타 빈이 한마디 했는데..
" 너 그거 울러메고 딱새(구두닦이)로 전향할끼가??"
이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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