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Woodenboats

아란섬 사람들(Man of Aran), 그리고 골웨이 후커 (Galway Hooker) 보트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9. 9. 23. 02:01

 

내고향 경남 남해도는 '두엄배'의 전설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먼 부산의 어시장에 내다 팔고,, 돌아올때는 시장 부근의

쓰레기장에서 채소 시레기 등등, 논밭에 두엄이 될만한 것들을 빈배에 가득 싣고 귀항했다.

부족한 평지, 척박하고 잔돌이 많은 토질의 섬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해온 남해사람들의

상징이 되어버린 '두엄배'...

우리 아버지 세대까지 두엄배를 타셨으니 그리 오래지않은 시절의 풍경이다.

 

 

 

 

 영국 아일랜드 지방과 관련된 영화를 보노라면 그들의 삶의 밀도나 정서가 내가 자란 고향과 비슷해서..

묘하게 끌렸다. Robert Flaherty의 Man of Aran도 마찬가지다.

나무도 흙도 없는 암반으로 이루어진 아일랜드 골웨이 만(灣)의 아란섬.

거대한 파도가 끊임없이 부서지는아찔한 해식(海蝕)절벽의 해안선을 넘나들며 작고 초라한 보트에 의지하여 고기잡이를 하고,

바위를 깨부수고 해초를 건져올려 한줌의 흙을 만들어가는 억척스러운 삶의 모습들이 가슴 찡하다.

 

 

 

 

 

 

 

 아일랜드 서부 해안과 골웨이만의 여러 섬들에서 이용되던 전통 보트들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통칭하여 골웨이 후커(Galway Hooker)라고 부른다.

배의 크기들도 24피트 ~ 44피트까지 다양하고, 위의 영화에 나오는것처럼 아주 소형의 보트들도 있다.

 

 

 보통,,'골웨이 후커'라고하면 아래에서와 같은 가프(gaff)리그 보트를 말한다.

주로 고기잡이 어선으로 쓰이거나, 아란섬처럼 땔감이 부족한 도서나 해안지역에 땔감용 이탄(泥炭)을

운송하고, 귀항길에는 이탄층 토양을 중화시켜주는 석회석을 싣고오는,, 무역선으로 사용되던 보트이다.

대단히 매력적인 보트라서, 보는 순간 이미 마음이 끌려 버렸다.

 

 

요즘 시대라면 절대 이렇게 선형을 설계하지는 않을것이지만,,풍만한 선수부와 슬림한 선미부가

오히려 옛시대 영국보트에서 맛볼수 있는 수수하고 원초적인 멋이라고 할수 있겠다.

선형을 성능적으로 평가하자면 보나마나...선수부가 풍만한 반면,선미부의 부력이 약하기때문에

풍상범주시 피칭모멘트를 감쇄할만한 선미부의 여력이 부족하고, 경사시 웨더헬름(weather-helm)이 심하고, 

게다가 이것은 선미부가 많이 경사되어있기때문에 더욱 악영향을 미치게 될것이다.

성능적으로는 거의 '꽝'인 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인들의 선수부 부력에대한 집착은 그들의 전통인거 같다. 고집센 그들의 전통에대한 집착은..

'대구대가리에 고등어꼬리'(cod's head & mackerel tail)라는 희대의 요트선형으로 초기시절의

아메리카스컵 대회에 나왔다가 미국에 떡실신 당한 역사도 있다. ㅎㅎ)

 

그러나 나는 성능에 대해서는 눈감기로 한다.

골웨이 후커는 복원되어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고, 훌륭히 세일링 중이니까... 그리고

보트의 외형적 멋은 그자체로 존재가치를 가진다.

고전적이면서 수수하고 ,굵고 터프한 선체와 선수재,

낮은 마스트, 낮은  아스팩트 비 (aspect ratio)의 가프세일( 물론, 추가로 톱슬(top sail)을 달수도 있다),

긴 바우스프릿에 스테이슬(stay sail)과 집슬(jib sail)을 올리면...

나비처럼 바다위를 떠다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