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뒷산에도 가을이 깊어간다.
산(山)바람에 낙엽 말라가는 향이 짙게 묻어 풍겨오면서 부터
시골에선 슬슬 나뭇짐을 하기 시작한다.
굵은 잡나무들을 톱으로 잘라 도끼로 쪼갠 장작,
낙엽을 갈쿠리로 긁어모은 갈비(깔),
어린 잡나무 줄기와 억새를 낫으로 베어 묶은 푸서리,
소나무의 죽은 가지를 나무 타고 올라가 잘라 낸 아장가리,
벌채된 나무의 그루터기와 뿌리를 괭이로 파고 도끼로 쪼갠 껄팅이, 등등이
나무일의 주요 대상이다.
어린이나 여자애들은 솔방울을 주워 둥우리에 담아오곤 했는데,
다 큰 남자가 둥우리에 솔방울을 주워 모으는 것은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지게를 질 줄 알아야 한사람의 일꾼으로 인정을 받는데,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면 대개 지게를 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좀 작은 지게를 지거나 혹은 어른용 지게의 목발을 좀 잘라내어 쓴다.
몸집이 커가면서 지게의 사이즈도 점점 커진다.
그래서 농가의 처마밑에는 새 지게를 만들때 쓸려고 y자로 생긴 소나무가 늘 준비되어 있었다.
성인 남자의 나뭇짐은 보통 150kg정도는 되어야 지게 진 남자의 체면이 살았다.
(누구네집 아들 힘 좋더라...하는)
짚으로 땋은 지게멜빵에 수시로 물을 뿌려주어 짚섬유를 질기게 만들어 가면서.
나뭇짐 지고 좁고 험하고 비탈진 산길을 걸어 2km정도 걸어 집에 도착하면 어깨엔 피멍이 잡힌다.
70년대~80년대
시골에 석유풍로(곤로)와 LPG가스렌지, 석유보일러가 완전히 보급되기 이전까지는
시골의 청소년이나 어른들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기간동안에는 거의 매일,, 일년동안 땔 나무를 장만했다.
나 역시도 겨울방학 기간에는 거의 매일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고,
내년에 땔 일년치 장작과 갈비를 처마밑에 차곡차곡 쌓아놓는것으로 방학을 마치곤 했다.
(일년치 땔감의 절반 정도는 소가 먹을 쇠죽을 끓이는 용도로 사용된다.
소를 키우지 않는 집은 나무일도 상대적으로 편하다)
한겨울,, 속까지 꽁꽁 얼어버린 아름드리 참나무를 거두(큰 톱)로 벨 때
톱날이 팅팅 튀던 그 느낌과,
마지막 숨줄이 끊어지는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큰 나무에게서 느끼는 마음 한 켠에서의 미안함과 비장함,
도끼로 쪼갠 나무들의 정갈한 속살과 나무향,..
덤불속 작은가지에 매달린 산새들과 벌들의 텅 빈 둥지에 이젠 흔적으로만 남은,, 번성했을 그들의 여름살이..,
톱질과 도끼질로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웃통 벗어 제끼고
바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따서 씹어대던..(아~나는 자연인이었다.!)
그리고 아래 사진처럼 걸망에 갈비를 한가득 담아 지고 내려올때의 푸근한 낙엽향기가 그립다.
사진속의 19세 시절로,, 배경에 잡힌 독짓골로 가는 아스라한 저 산길 속으로 돌아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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