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오매(고구마)..
고구마 한 푸대를 선물받아
삶아 먹을까 하다가, 저장의 문제도 있을거 같고 하여..
고구마 빼때기를 만들어 널어 놓았다.
호박고구마가 많이 섞여 있어서 빼때기 맛이 어떨지는 알수 없지만,,
고구마 빼때기는 생고구마 또는 싦은 고구마를 1센티 정도 두께로 썰어서 말린
어릴적 자주 먹던 저장음식 중 하나이다.
고구마 빼때기는 크게 4종류로 나눌 수 있겠다.
1. 정부 수매용 절편 빼때기
70, 80년대,, 정부에서는 고구마 빼때기를 농민으로부터 수매하는 제도가 있었다.
보리나 쌀 등의 하곡 및 추곡수매제도와 같은 맥락이라 보면 되겠다.
고구마 빼때기는 소주 원료인 주정을 생산하기위한
재료로 쓰였기 때문에 정부에서 수매를 했는데,,
주정용의 빼때기는 외관이 중요하지는 않으므로, 밭에서 고구마를 캐자마자
수동식 고구마 절편기로 바로 껍질째 대량으로 동글납작하게 1cm 두께로 썰어 흙밭위에 흩어 뿌려 말렸다.
당시 우리집 밭 열 마지기에 말려놓은 고구마 빼때기를
하루에 두어번씩 낱낱히 뒤집어가며 말려야 하는게 예삿일이 아니었고
만약 건조 중에 비를 맞히면 빼때기의 품질이 저하되어 낮은 등급으로 팔 수 밖에 없었는데도,,
천하의 낙천가인 우리 아버지는 오늘밤에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도
늘 그래왔듯이 중식 후의 한시간의 낮잠은 빠뜨리지 않으셨다.
(이런 멘탈은 본받아야 한다 - !-;; )
2. 납작 고구마 빼때기(악때기 또는 왁때기)
고구마를 물에 씻고, 둥근 또는 타원형태로 고구마를 썰어 말린 빼때기인데,
(게으른 집에선 껍질째로 썰기도 하지만), 껍질을 벗긴 후 썬다. 두께 약 1센티 정도,
장기간 저장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고구마 빼때기인데, 다음해 초여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초여름쯤 부터는 쌀벌레 비슷한 벌레가 생기기 시작하므로 그 전에 소진하는게 좋다.
3.채로 썬 빼때기
무우채를 썰듯이,, 껍질을 깍은 생고구마를 썰어 말린 빼때기인데, 가로 세로가 약 1센티 정도의 채이다.
주로 자기 가족이 먹을 용도로 소량만 만드는데,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청결하게 건조하는 편이다.
이 빼때기는 늦가을에 만들어 서리를 맞히는게 필수이다.
건조중에 서리를 맞은 빼때기는 당도가 올라가서 맛도 좋아지고,색깔도 갈색으로 변색되는데,
늦은 밤에 친구들끼리 놀다가 출출해진 동네 녀석들이
지붕에 널어놓은 빼때기 서리를 해야 할 때, 누구네 집 빼때기가 색깔이 갈색인지가 고려대상이다.
(자슥들 맛은 알아가지고...)
4. 삶은 고구마 빼때기(고구마 쫀드기)
고구마를 삶아서 둥근 형태, 또는 채로 썬 형태로 말린 빼때기이다.
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하고나면, 상품화가 되기 어렵고 저장하기에도 애매한
작은 새끼고구마들을 주로 사용한다
과자가게가 없는 시골에서, 아이들이 많은 집에서는 과자 대용으로 만들거나
가족들의 군것질거리로 늦가을에 만든다.
적당히 말랐을때가 가장 맛이 좋은데, 쫀득한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이것 역시 서리를 맞혀야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서리를 맞아 맛이 잘 든 빼때기는 연갈색 젤리처럼 거의 반투명에 가까운 색감이 나므로
고수(?)들은 모양만 보고도 맛있는 것을 골라낸다.
동네 녀석들의 늦은밤 최우선 서리 대상이기도 하며,
겨울철에 산에 나무하러 갈 때 간식용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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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때기 요리
빼때기는 겨울철에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그냥 먹기도 하고, 숯불에 가볍게 구워 먹기도 한다.
정식으로 요리해 먹으려면...
가마솥에 물을 충분히 붓고, 빼때기와 돈부콩(또는 팥)을 넣어 두어시간 장작불로 푹 고아 익힌다.
빼때기의 속까지 흐물해지면 설탕이나 사카린으로 단맛을 가미하고,
주걱으로 저어 죽처럼 만들어 먹는다.
(이때 가장 맛있는 것은 국물이다. 빼때기의 국물은 의외로 담백하고 달콤하면서 시원하다)
빼때기죽에 찹쌀가루나 좁쌀을 넣어 걸쭉하게 요리하는 집도 있지만,
나는 돈부콩만 조금 넣은, 빼때기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담백한 것이 더 좋다.
빼때기죽을 고으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소다를 넣어 끓인다.
빼때기로 떡도 만든다.
방앗간에 가서 빼때기를 가루로 빻고, 반죽을 하여 소금과 설탕을 첨가하여 개떡처럼 만든 후,
가마솥에 쪄내면 빼때기 떡이 된다.
진한 갈색의 빼때기떡도 한겨울에 맛보는 간식중 하나이다.
납작 빼때기를 찜솥에 넣고 설탕을 뿌려 쪄서 먹기도 한다.
특별히 맛있지는 않지만, 심심풀이로는 먹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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