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공방난로 덕분에 겨우살이가 편해진 우리 고양이.
따뜻한 난로의 열기에 팔자가 늘어졌다.
고양이는 원래 추위에 약한 녀석들이라
겨울에는 온기를 찿아 자기가 정해놓은 장소와 시간의 이동 패턴이 있다.
아침에는 햇볕 일찍 드는 곳에서 몸을 녹이고
사무실 공방난로에 불 피울 시간이 되면 야옹~하고 아양을 떨며 찿아온다.
옛날의 시골같으면 무쇠솥 걸린 부뚜막 위에서 겨울밤의 초반을 노글노글하게 누워 지지고,
부뚜막이 식을 때 쯤,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서 불가마(?)를 마음껏 즐기다가
주인이 새벽에 첫 불을 지피면 화들짝 불길을 헤치고 뛰어 나오던 녀석들이다.
(수염은 불길에 꼬깃꼬깃 그슬리고, 온 몸은 재투성이 회색으로 찌든 모습이 가관이었다)
겨울철 시골의 집고양이들은 불때는 아궁이 곁에서 늘 맴돌다 보니
아이들의 부지깽이 불장난 대상이었다.
(수염 잘린 고양이는 감각이 둔해져 쥐 못잡는다고 부모님들은 말리지만)
벌겋게 숱불이 달린 부지깽이로 옆에서 졸고있는 고양이의 수염과 눈썹을
몰래 지지고 태우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여,
(도둑고양이를 제외하고) 수염의 형태를 제대로 갖춘 집고양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이녀석은 수염도 잘 보존된 상태로
겨우살이 따뜻하고 편하게 지내고 있다.
하루 중 난로의 열기를 누리는 시간이 나 보다 더 긴
부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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