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또 봄이 지나가네

어니스트 해마선소 2020. 5. 1. 00:54

 

산중 무일력(山中無日歷)의 한가한 시골살이에서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는 것은

봄에 피어나는 꽃과 신록, 가을의 단풍이겠다.

눈 덮인 듯 하얗던 벚꽂이 엊그제 같던데

이제 주변은 모든 게 푸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전에 심은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점점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낙으로 산다.

귀촌 1년 6개월 동안 약 50여 종 130여 그루의 유실수와 약용수(또는 꽃나무) 들을 심었고, 다년생의 각종 산나물들을

심었으니 이제 식목은 다 한 거 같고 커가는 모습만 즐기면 되겠다

(그동안 심은 나무들은 대략..

골드키위, 레드키위, 키위 숫나무, 편백, 호랑이 무화과, 바이오체리, 흑노호, 포포나무, 산초나무, 

비타민나무, 슈가메이플, 민엄나무, 호두나무, 서양호두(페칸), 왕다래나무, 대왕대추, 민두릅, 블루베리, 왕돌배나무, 고욤 나무, 밤나무,

루브라 참나무, 헛개나무, 백자작나무, 청무화과, 참죽나무, 구찌뽕, 민 구찌뽕, 노나무, 해당화, 개량머루, 마가목, 모감주,

메이폴 사과나무, 층층나무, 이팝나무, 메타세콰이아, 녹차나무, 잣나무, 오가피나무, 생강나무, 보리수나무, 대나무, 황매화,

오미자, 앵두나무, 수국, 개머루, 노각나무, 아까시, 개암나무, 산딸나무, 아리수 사과나무,

개복숭아 ,벌나무, 은행나무, 오동나무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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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손님들이 찾아와서 오늘이 휴일인 것을 알았다.

급히 도랑으로 가서 널판을 깔아 술자리를 마련한다.

작업장 바로 옆의 이 계곡에는 암반이 오목하게 파여 목욕탕 형태를 한  자그마한 소(沼)가 있는데,

이 동네 토박이 형님들은 어릴적부터 용소라고 불렀다고 한다.

(설마 용이...ㅎㅎ) 

용소의 바닥에는 차가운 물이 솟구치는 구멍이 있는데  한여름에도 10초 정도를 견디기 어려울 만큼 차갑다고 한다.

 

동네의 이웃 형님들(다들 60대 말~70대^^)과 회식하기 편하게 용소 주변에는 취나물, 샐러리, 방풍, 참나물, 바디나물(연삼), 머위, 삼채,

곰취, 생강나무, 비목나무, 당귀, 신선초, 돌미나리, 박하, 곰보배추, 상추, 짚신나물, 미나리냉이, 눈개승마, 땅두릅, 산마늘, 부지깽이나물,  

코끼리마늘, 돌나물 등등의 고기쌈채소 위주로 심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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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휴일에 서핑보드 만들려고 방문한  부경대학교 학생들과 지인들이 용소에서 첫 회식을 한다.

부처님 오신날에 삼겹살 회식이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한적했던 용소는 올 해부터 사람들의 공간으로 다시 시작된다.///

 

보트빌더로서의 무릉의 봄은 다 지나갔건만, 

계곡물 따라 흘러간 도화 꽃잎을 거슬러 여기까지 찾아온 

어리석은 젊은 중생들을 용소로 초대하여 같이 먹으니  

임플란트 수술한 지 엊그제인데도 막걸리는 달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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