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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先親)의 대패와 톱

어니스트 해마선소 2015. 12. 2. 00:11

코흘리개 시절,

문중에서 시사(時祀)를 지낼 때면

선산(先山)의 너른 잔디밭에서 엉덩이가 아플때까지

친척 아이들과 미끄럼을 타며 놀다가

숙모들이 건네주는 찰떡과 전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이미 40여년이나 지났다.

 

올해는 우리집안에서 시사의  유사(有司)를 맡게되어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는데..

고향집의 창고에서 몸에 거미줄 감기면서 찿아 낸

아버지께서 쓰셨던 대패 한 점과 톱 한자루.

(어릴적 우리집엔 배목수용의 각종 공구들과 배못이 꽤 많았는데,

남은게 이 두 점 뿐이다)

 

 

 

 

톱은 녹이 슬어 더 이상 사용하기가 위태로운 상태가 되었지만

교묘한 곡선의 W자 형상으로 굽어진 톱날의 형상을 보고 

그것이 고도로 전문적인 배목수의 전용톱임을 나는 알아보았다.

 

배의 외판널간의 접합부에 톱의 끝단을 집어넣고 훑어켜기(스리아와세)에 최적화된 형상이다.

아버지께서 목선을 만드실때 기술의 경지가 저렇게 높았나? 하고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자형이 말씀하시길,

니가  90년대 초에 이 마당에서 FRP보트의 목형과 몰드제작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니가 갖고 온 톱이 아닐까라고 하신다.

그렇다면 이 톱은 내 공구속에 우연히 딸려 온 이영출 선생의 톱일 가능성이 높다.

이영출선생이라면 이 톱의 주인이 될 만 하시다 

 

자식이라고 아버지를 다 알 수 없는것이지만,

천하의 낙천가이신 우리 아버지는 인생을 철저히 대강정밀(?)하게 사셨다는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이 톱의 주인이라고 하기에는 아버지는 절정의 기술을  완벽하게 감추고 사신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 톱의 주인은 이영출선생이라고 추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작업장에 놀러 온 친구녀석(앞 포스팅에서 이영출선생의 공구인수담당자를 맡았던)은

이영출선생의 톱 중에서 저런 톱은 본 적이 없단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