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냥줍을 당하다

어니스트 해마선소 2021. 9. 1. 06:15

고대리냥이가 죽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좀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느날 이른 아침에 작업장 앞마당에 나가보니 동네 길냥이 암고양이가 밥을 달라고 울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배가 부른걸 보니 산달이 가까워 보이길래 사료를 챙겨주고 있던 고양이다.

사료를 부어주고 돌아서는데 어디서 이상한 새소리 같은게 들렸다.

아이구 참말로..이 길냥이 어미가 새끼를 낳았는데, 정말 아무데나 싸질러 놓은거다.

시멘트 바닥의 약간 오목한 곳 그래서 흙모래가 고여있는 곳 마다

거의 5미터 간격으로 여기저기 새끼를 낳아놓았다.

새끼들은 흙범벅이 되어 울고있는데 더운 여름의 햇볕이 떠오르면 곧 말라죽을 판이다.

3마리를 수습하여 흙을 씻어내고 말려주었는데,

저 아래 도로가 전봇대 아래에서 또 소리가 들려 가보니 한마리가 더 있었다.

이렇게 대책없는 어미는 처음봤다.

새끼를 낳아놓고는 새끼가 다가오면 겁나서 슬금슬금 도망을 가다니...

어미고양이와 새끼

어미 길냥이는 새끼를 낳아놓고는 밥만 잘먹고 어디론가 떠나갔다.

어휴~ 탯줄도 안떨어진 완전 아깽이들을 4마리나 어찌 키우라고..

당장 동물병원으로 달려가서 아기고양이 전용 초유와 젖병을 사서 젖 부터 먹여 키우면서

아깽이들의 집사가 되었다.

/////

 

그렇게 어거지로 냥줍을 당한지 이제 한달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몸이 약했던 2마리는 냥줍 며칠만에 죽었고 건강한 2마리만 살아 남았다.

아깽이들 우유를 약 3시간 간격으로 먹이고 배변유도 해 주고 하느라고

한달동안을 거의 밤낮으로 묶여 지내야 했다. 

이제야 이유식 단계로 넘어가서 조금 편해졌다.

노란 치즈고양이는 숫놈이고, 삼색고양이는 암놈이다.

 

근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저 어미고양이는 우리가 평소에 꽃뱀이라고(하도 동네 숫고양이들을 홀리고 다녀서) 별명을 지어준 고양이다.

분명 초봄에 새끼 한마리를 낳아 키운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엔 왜 새끼들을 버린걸까?

혹시..

예전에 고대리에게 늘 푸념처럼 하던 말이 있다.

"이녀석아 나도 건강하고 예쁜 고양이 좀 키워보자~! 맨날 골골거리는 너 키우느라 

니가 죽기 전에는 새 고양이를 들이지도 못하잖아~"했었는데...고대리가 보내준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에게도 영혼이 있는건가?

'시골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가을날  (0) 2021.10.03
고양이 집을 만들다  (0) 2021.09.01
고대리냥이 떠나다  (0) 2021.09.01
봄농사 끝~!  (0) 2021.06.04
2021년의 봄 식목  (0) 202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