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고대리냥이 떠나다

어니스트 해마선소 2021. 9. 1. 04:54

나는 지금까지 고양이가 자연사 하는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아주 어릴적부터 집엔 고양이가 늘 있었지만 그들은 잘해야 4~5년정도 밖에 같이 살지 못했다.

70~80시대 시골에선 쥐약도 자주 놓았고, 그시절의 쥐약은 2차독성이 강하여 죽은 쥐를 먹은 

개나 고양이도 덩달아 죽었다.

또 신경통에는 고양이중탕이 약이 된다고 고양이 사냥꾼이 동네마다 수시로 휩쓸고 지나가서

천수를 누리다 죽는 고양이나 늙은 고양이를 볼수 없었다. //

 

약 한달 전 우리 수컷고양이 고대리가 고통없는 세상으로 떠났다.

고통이 없다는건 녀석이 늘 병고에 시달려 살았기 때문이다.

2015년 부터 키우기 시작해서 1년은 건강하게 지냈는데, 그 이후 길냥이 새끼에게서

고양이감기가 전염되었고, 구내염으로 악화했다.

점점 심해진 구내염으로 잇몸에서 피가나고 이가 약해지고 늘 침을 흘리며 살았다.

치료를 하려면 이빨을 다 뽑아야 한다는데, 치료비도 비싸거니와 그 이후의 관리비용도 상당하므로

재벌이 아니면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안좋아 보일 때만 임시 단방약 처방의 약을 먹일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7년을 병을 앓으며 살았다.

고양이의 평균수명이 15년~20년 정도 된다는데, 절반 정도밖에 못 산 셈이다.

그 절반의 압축된 묘생을 통해서 나는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던 고양이의 노년을 보았다.

말년엔 이가 약해져서 사료를 씹는것도 힘들어 했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서 항상 패배해 작업장 안으로 도망왔고,

발정한 암컷이 찿아와도 다른 경쟁자 수컷에게 늘 밀려났다(그래서 고대리는 자손을 남기지 못했다.)

 

죽기 전 마지막 몇달간은 고양이의 기본적 본능인 특정장소에 똥오줌 가리기도 하지 않아 아무데나 똥을 싸고

변을 본 후 덮는 행위조차 하지 않았다. 그루밍(털 햝기)은 아예 잊어버린 듯 했다. 치매와 똑같았다.

점점 여위어 등골과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해져 가면서 뒷다리를 똑바로 서서 유지하는것도 힘들어 보였다.

그게 죽음을 앞둔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느날 밤

잠을 자다가 비몽사몽간에 컨테이너 숙소의 바닥 아래에서 들려오는 단말마적 고양이 비명소리를 2번을 들었고

2번의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죽음의 고통으로 반사적으로 몸이 튕겨 컨테이너 바닥과 충돌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고양이는 은둔형 동물의 본능으로 절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보는 곳에서는 죽지 않는다더니

컨태이너 밑의 가장 좁고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 죽어 있었다.

그렇게 고대리가 세상을 떠났다.

꼬리도 못생겼고, 눈빛도 또렸하지 못했고, 목소리조차 괴상하게 울었지만 

내가 키워본 고양이 중에서 가장 사람을 잘 따랐던 개냥이였고

혼자 야간작업을 할 때에도 늘 옆에 있어주어 허전하지 않았던 치즈 고양이.

 

이젠 고통없는 세상에서 예전의 건강하고 천진발랄한 모습으로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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