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잡담

빛바랜 사진 두장과 콤파스(남해안 일주)....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6. 9. 4. 23:52

 

우연히 이것이 짐꾸러미 속에서 발견되었다.

육군들이 많이 사용하는 나침반(뱃사람들은 이것을 언제나 콤파스(compass)라고 부르지, 

나침반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법이다)이다. 색깔도 국방색이고....

소금물에 알미늄 케이스가 부식이되어 군데군데 허옇게 부식된 자국은 있지만,

콤파스 속의 액체에는 20여년이 지났는데도 기포하나 생기지 않았다.

세월이 품질을 증명하는 물건인데, 메이커가 무엇인지 전혀 안보인다.

뒷면엔 JAPAN이라는 글자만 딸랑 음각되어있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컴팩트 사이즈의 저 콤파스를 나는 1987년도에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서 구입했다.

그때 국내에는 막 요트용의 휴대형및 덱크 고정형 액체식 콤파스가 보편화되고 있었고

그런것들은 눈금도 시원스러울뿐 아니라 사용하기도 편했다.

단지, 가격이 비싸다는점이 문제일뿐.

그래서 돈없는 학생이 가장 싼것을 고르다보니 위의 국방색 콤파스와 인연을 맺게 된것이다.

 

비록 육군용이라 바다사람인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듯 하지만,

1987년 8월 5일 ~ 8월 23일까지의 남해안 일주항해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작은 콤파스인데도 정밀한 방위눈금을 확대경으로 볼수있고,

방위를 측정하는 방식은 선박용 콤파스의 방위환(AZIMUTH CIRCLE)을 쓰는것과 비슷하며,

목걸이로 달고다녀도 전혀 불편하지않게 가벼웠다.

 

콤파스 한개와, 우리가 항해할 구역의 해도(해도를 펼칠 공간이 없는 딩기정에서 사용하기위해

해도를 여러조각으로 분할하고 문구점에서 방수를위해 코팅을 했다), 

그리고 4명이서( 4학년인 나, 장성보,이영주 / 2학년 최상철)

일인당 4만원의 항해경비가 우리의 항해준비의 전부였다.물론 약간의 쌀과 조리도구,

반찬장만을 위한 낚시도구,수경과 자작한 작살,등도 준비했고...

배는 레이저 1척, 470 1척이다.(아래 사진속에 나오는 요트이다)

요즘같으면 해경의 단속때문에(구조선과 지원선이 없다는 이유로) 이런일이 가능할거 같지도 않다.

 

우리의 항정은 이러했다.(상륙해서 1박을 한 섬들이다) 

87년 8월 5일 부산출항-거제도-추도-남해 상주-외나로도-덕우도-

여서도-제주 성산포(반환점)-거문도-소리도-남해상주-추도-매물도-가덕도-부산입항(8월 23일)

 

그때의 녹슬은 콤파스를 찿은김에 사진이 남아있는게 있는가해서 찿아봤는데..있었다. ㅋㅋ

아주 빛이 많이 바래 있었다.

평소 살면서 사진찍기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두장의 사진이 그때 우리의 항해를 기억하게하는

유일한 사진이다.(학교의 하버에 입항직후 찍은 사진이다)

사진속에 녹색 추리닝을 입은사람이 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