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잡담

레이저(*-- Laser)급 딩기 :바람과 바다가 들려주는 트럼펫 연주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6. 11. 24. 01:43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난로에 장작을 넣었더니 컥~..화구(火口)가 굴뚝이되어 도로 연기를 내뿜는 역류를 한다.

날은 으슬으슬해서 따뜻한 불기가 그립기만한데 며칠째 불을 때지 못하고있다.

 

본격적으로 북서 계절풍의 계절이다.

천고마비가 흉노들의 호전성으로 충만한 계절이라면, 이제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북서계절풍은 노련한 요트맨들의 도전정신으로 하버(harbor)가 팽팽하게 긴장되는 시기라고 할수있겠다.

찬바람에 단단해진 뿔을 가다듬고 주체할수없는 어떤 힘에 충만해진 숫사슴처럼  그들은 이 계절을 맞고있을 것이다.

 

날마다 거침없이 불어오는 북서풍에  바다는 온통 허옇게 부서지며 뒤집어지고

그런 바다를 그냥 지켜보고있기엔 ...가슴이 터져버릴것만 같다.

나는 손에서 틸러 익스텐션을 놓은지 16년이나 지나버렸지만, 지금도 바람이 심하게 부는날

창문이 덜컹거리고 특히 천막천이 찢어질듯이 펄럭이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뛰어서 밤새도록  

잠이들지 못한다.

돛(sail)의 펄럭임과 나의 영혼은 한데 묶여버려서, 돛이 펄럭이면 내 영혼도 펄럭여서 잠들수없는

대단한 중병(重病)을 평생 싸 안고 살아가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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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er는 초속 10미터 이상의 풍속에, 온통 백파(白波)로 뒤집어진 바다를 호방하게 혼자  세일링하기에 가장 좋은 클라스이다.

일단 선체가 헐덱크가 완전 밀폐된 구조라서 아무리 파도를 뒤집어쓰고,

설령 수십번 캠사이즈(capsize)를 당하더라도 침몰및 침수의 걱정이 없다는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리깅도 단촐하고 선체도 작고 가벼워서 운반이 용이하며, 그래서 백파로 뒤집어진 바다를보며

순간적으로 feel이 충만해졌을때 곧바로 세일링을 실행하기에 안성마춤이다.(준비과정이 귀찮은배는 ..

feel이 금방 식어버린다. 날씨도 추운데 ,,하지말까?하며 마음이 금방 변한다)

거기다가 보너스로..딩기정에선 좀체 보기어려운 reefing(축범.縮帆)을 간단하게 할수도 있다.

 

 

 

 

작은 선체에 넓은 세일면적으로인해  풍상코스는 거의 죽음이라고 봐야한다.

슈퍼뱅잉(super vanging)은 필수적으로 해야하고, 그렇게하여 풍압을 줄였더라도 왠만한

체력으론 강풍에서 풍상을 치고 올라가느라면 입에 단내가 나기마련이다.

 

고생고생하여 풍상으로 올라갈만큼 올라갔으면 한숨 쉬고, 런닝리깅들 다시 조정하고, 대거보드 절반쯤 올리고....

그대가 바람이되어 풍하의 하얀 바다를 미친듯이 질주하여 보시라.

그렇지만 강풍에서 레이저의 풍하코스 활주는,, 초보는 시도하지 않는것이 좋다.

글의 첫머리에 '노련한' 요트맨들 이라고 분명 언급했다.^^

초보는 풍하코스를 활주해 내려오는 거리보다, 캡사이즈되어 떠밀려 내려오는 오는 거리가 더 많아지는

경우가 생길수있다. 그만큼 활주시에 민감하다.

 

 

 (요트부 동기 성보의 레이저 풍하 활주)

 

특이한 점으로, 레이저는 고속으로 활주를할때 선체가 미세하게 진동을하면서 배 밑에서  

트럼펫 소리가 울려퍼진다 . 마치 전동샌더기에 올라탄듯하고 부우웅~하는 묵직한 저음의 울림이 터져나온다. 

선속에따라서 우는 소리도 달라진다.

원인은........대거보드의 유격때문이다.

별로 좋지않은 현상이다(진동 자체가 저항이고 실속(失速)의 원인이된다).ㅋㅋㅋ

배의 선령이 조금 오래되면 센터보드(대거보드식 이다)의 표면이 마모되어 센터보드 케이스와의 유격이 생기고,

그래서 고속으로 활주할때 수압에의한 센터보드의 진동이 공명증폭되어 센터보드 전체가

트럼펫(트럼펫보다는 저음의 튜바라고 해야할까나??)의 떨림판처럼 울려서 소리를 발생시킨 것이다.

 

강풍이 주는 스피드와 바다의 수압이 만나서 두께 30밀리에 이르는 센터보드판을 나발처럼 울려서 음악을 연주한다는거 ,,

이거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요트부 작업반장을 도맡아서 했었고 어렵고 힘든작업도 수없이 했었지만

레이저의 센터보드 유격을 줄이고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건 행복한 직무유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