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잡담

Fireball 딩기............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6. 9. 17. 13:13

 

 

나는 운좋게도 파이어볼 딩기 세일링을 충분히 즐겨보았다.

지금은 국내에 파이어볼이 몇대나 남아있는지 모른다.

아마 거의 없다고 봐야 할것이다.(내가 탔던 파이어볼은 3학년때든가?

여름의 엄청난 태풍으로인해  유실되어 버렸다.ㅜㅜ)

 

내가 타 보았던것은 우리 요트부의 4년선배들이 학교에서 자작한 합판정으로서

선체겉면은 얀크로스를 적층하고, 하늘색 페인트로 마감한 것이었다.

 

처음 파이어볼을 보았을때,,비범하게 생긴 선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선수부분은 pram형으로 생겼고, V형의 선저이고, 중앙에는 넓은 Pad가

선저를 종통하고 있다.(V bottom with pad keel선형이다)

선수에서 마스트 스텝이 있는 부분까지는 배의 깊이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 이후부분부터 트랜섬까지는 깊이가 낮아지면서 날렵하게 처리되는데..

측면에서 보면 튼튼한 수탉이 가슴을 한껏 디밀고 뻐기는 형상이다...........

파이어볼을 처음본 나의 인상은 이랬다.

 

크루(crew)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파이어볼을 범장하게 되었는데

마스트의 높이와, 당시로선 엄청난 세일면적에 놀랐다.

jib sail면적은 상대적으로 작은편인데, main sail이 엄청났다.

짙은 코발트빛의 메인세일에 그려져있는 선명한 붉은 동그라미의 클라스 로고마크..

붉은 유성(fireball.流星, 불덩어리,태양)...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파이어볼은 크루가 트래피즈(trapeze)를 해서 균형을 잡는,,, 당시로선 희귀한 클라스였다.

(엘리트 체육이 주도하는 지금의 요트계보단 당시의 아마추어 시대가 클라스의 다양성이

더 살아있었다. 당시엔 플라잉 더치맨(FD,Flying Dutchman)이나 라이트닝(Lightning)클라스

딩기정도 볼수있었지만,,지금은 올림픽 종목이 아닌 딩기를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

 

전사가 갑옷을 입듯,,아기가 포대기를 걸치듯,, 하네스를 허리에 차고 크루가 무장을 끝내면

출항을 한다.

중풍이하에선 파이어볼의 특징은 별로없다.

넓은 세일면적에비해 배는 생각보다는 힐링모멘트가 적다는점이 놀라울뿐이다.

 

중풍 이상의 바람이 불어오면 파이어볼은 살아난다.

앞에서 언급한바있듯, 마스트 스텝까지의 빵빵한 앞 가슴에 조파저항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싶은 순간을 넘기고나면 중풍의 쾌적한 바람을타고 배는 곧바로 초기 스킴(skim)

상태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활주에 돌입하게 되는데.......

파이어볼의 활주 특징은  다른 딩기정과는 느낌이 다르다.

어느순간 배가 착 가라앉는 느낌이 들면서 미끄러져가며 마치 유도탄의 등에 올라탄 느낌이다.

(다른 요트들은 활주에 들어서면 붕~뜨는 기분인데, 파이어볼은 부드럽고 가볍게 착 가라앉는

 느낌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건지는 모르지만,,그래서 파이어볼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활주의 안정감 면에서만 보자면,,470이나 레이저의 활주는 파이어볼에 비하면 완전

미친년 널뛰기이다.)

선체 중앙부 이후 부분에서 트랜섬까지의 선저가 착 가라앉으면서 스키가 미끄러지듯

수면을 내달리게 되는데, 요트의 활주가 이렇게 점잖고 안정적이며 무게감까지 느껴진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그건 선저의 pad가 주는 안정감일것이다.

 

파이어볼의 활주가 주는 몸맛(선체가 주는 맛)을 알고나면 절대 파이어볼을 잊을수 없다.

파이어볼을 디자인한 사람(Peter Milne가 설계)이 적은 글인지 , 누가 적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요트부 선배들이 번역한 제작 메뉴얼에는 마지막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 ...이렇게하여 세상에서 가장 빠른 딩기가 탄생되었다!!!"

 

학창시절,,요트부 장비실에서 먼지속에 잠자고있던 선배들의 고문서(?) 속에서 이 글귀를 찿아내었을때

나는 자부심으로 가득찬 이 글귀에 대하여 머리 끄덕이며 동의했었다.

파이어볼에 경의를 표한다.

 

 

 

 

 

 

 

 

 

 

 

 

 

 

 

 

 

<<위의 게시물에 올린 사진들은 국제 파이어볼 클라스협회의 홈피에서 퍼온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당시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선배들이 자작한 파이어볼 딩기이며

동계합숙훈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범장을 해체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