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잡담

스나이프(Snipe) 딩기 : 넵튠(Neptune)의 세계로 가는 첫배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6. 11. 27. 01:15

1970년대 우리나라의 여러 대학에 요트클럽(써클)들이 생겨나고

요트협회의 후원아래 요트와 장비들이 대거 보급되었을때 그 대부분을 차지하던

클래스(class)는 스나이프와 O.K딩기였다.

대학의 요트부원들이 동계와 하계 방학중에 합숙훈련을하면서 한데 모이게되면

첫 세리머니로 '요트가'를 합창하는데 그  가사가

"형님은 스나이프맨, 아우는 오케이딩기맨......"으로 시작된다.

 

 

즉, 스나이프는 우리나라의 요트문화 보급에있어서 가장 큰 줄기를 형성한 클라스라고 봐야겠다.

그래서 요트를 배울때도 첫 시작은 언제나 스나이프의 크루역할을 하는것부터 시작한다.

미지의 넵튠의 세계로 인도하는 첫배이며,

그 배를 한번 타버리고나면  그들은 넵튠의 영원한 포로이자 광신도가 된다.

비록 끌려 들어올순 있어도 제 발로 나가기는 어려운곳으로..나도 그렇게 스나이프에

몸을 실었었다.

<사진: 국제스나이프급 협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스나이프는 붐(boom)이 다른 클라스의 요트에비해 상당히 높은편이다.

그래서 머리위를 휙휙 지나다니는 붐의 빳다세례로부터 자유로워서 머리에 멍들 염려도없고,

세일면적도 작은편이라서 조종에 큰 어려움이 없다.

선형은 아주 얕은 V형 선저에 중앙부는 pad keel로 되어있다.

선속이나 활주성능같은건 크게 기대하지 말것이며,

그냥 초보가 요트의 낭만과 재미, 기본 테크닉을 배우는 입문정으로 가장 좋다고 보면 될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스나이프를 우습게 볼 사람들이 생길까싶어 염려스럽다)

 

 

                                                      (광안리 하계 합숙훈련사진/ 중절모 쓴 사람이 본인)

 

스나이프도 우습게 볼 클라스는 아니다.^^

왜냐하면 스나이프는 계속 진화하고있기 때문이다.

다른 원 디자인(one design)요트들과는 달리, 스나이프의 클라스 룰은 대단히 관대해서

선체와 리깅에대해 개조및 변경의 자유를 상당히 많이 허용해주는 편이다.

내가 탔던 80년대의 스나이프와 지금의 스나이프는 너무 많이 달라져있어서(사진을보니 요즘은 휘스크 폴을 붐에다가 장착하고 다니네??)

나는 지금 세월의 벽을 느낄지경이다.

 

내가 탔던 시절에도 매직박스와 바버홀러는 배에 장착하고 있던 시절이었고( 우리보다 3년 이전의

선배들은 이런 장치를 상상도 못했을것이다), 매직박스로인해 집 헬리야드의 장력을 조절할수있게

됨으로써 휘스크 폴의 길이도 아주 긴것을 사용했었다. 더 이상 런닝리깅에선 진화할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지금의 스나이프들을보면 눈이 띠웅~ 한다.

관대한 클라스룰과, 그 룰의 허용범위내에서 끈임없이 창의성을 발휘해나가며 좀 더 성능좋은

요트로 진화해 나가려는 스나이프맨들, 이것이 스나이프의 매력이자 힘이다.

(또한 여러가지 요트의  클라스 로고마크중에서 스나이프(도요새)로고가 가장 멋지다.ㅋㅋ)

 

 

 

<사진: 국제스나이프급 협회>

 

 

 

 (우리 요트부 전설의 스나이프 '포세이돈'호를 요트부 장비실에서 완전 해체하여 수리작업중인 본인과 영주의 모습.

포세이돈 호는 입상기록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우승 준우승 기록만 골라서 포세이돈호의 구형 센터보드에 적어 

유물로 남겼는데, 더 이상 적어 넣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