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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분의(sextant)로 잡은 부분일식

6월 21일 오후 3시 반부터 시작된다는 부분일식 뉴스를 뒤늦게 듣고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태양을 관측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5단 36배 비율 단안망원경의 앞에 씌울 검정 필터를 마련하는것도 쉽지 않았다. 검정 셀로판지를 겹겹이 대어 봤지만 빛의 산란으로 태양의 윤곽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꺼낸것이 육분의. 비록 육분의 거울에는 콩알 크기로 태양이 잡히지만 달에게 한 입 베어 먹힌 태양을 썬사이팅( sun sighting) 할 일이 일평생 몇 번이나 있겠는가? 산중이라 수평선도 없고 천측력도 없고 시진의도 초시계도 플로팅차트도 없는데.. 바다를 이미 버린 사람이 부질없이 산중에서 육분의에 부분일식의 태양을 고이 담아 본다.

따바리 돌감나무 접목

작년 늦가을 동네 산책을 하다가 어느 문중 무덤가에서 감나무를 발견했다. 큰 소나무 아래에서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감나무였는데 아래 둥치는 허벅지만큼 굵었다. 그런데 그 열매가...어릴적 보던 따바리 돌감이 아닌가. 따바리란 시골의 여인네들이 머리에 짐을 이고 나를 때 안정적으로 중심도 잡을 겸 머리가 짓눌리는 고통도 줄일 겸 사용하던 짚으로 만든 도너츠 형상의 또아리를 말한다. 우리 동네에는 따바리 감이 몇 그루 있었는데 원형에 가까운 시각형으로 생겼고, 좀 납작했다. 우리집 마당의 따바리 감은 명품이었다.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 쯤이면 거의 재떨이 크기만큼 되었고 홍시로 달콤하게 숙성된 맛은 일품이었다. 반면에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따바리 감은 집에서 키우는 따바리 감의 축소형이었다. 직경 3~4센..

시골살이 2020.06.05

소나무 한입버섯과 잔나비 걸상버섯, 찔레상황버섯

목질화 된 버섯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어릴 적 고향의 산에서 무심코 지나쳤었거나, 심지어 땔감으로 아궁이에 처넣은 버섯이 많았다. 큰 냄비 뚜껑만한 두툼한 버섯을 쇠죽 쑬 때 땔감으로 태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말굽버섯이었거나 혹은 잔나비걸상 버섯이었고, 참나무 가지에 축구공처럼 둥그렇게 촘촘히 피어난 버섯은 운지버섯이었겠고... 그것들은 먹을수 없는 버섯으로만 알았다 이제 생각하면 아깝기만 하다. 동네 형님들과 버섯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 보니 자연히 버섯의 정보도 늘었다 그래서 근처 도랑의 아름드리 참나무 고사목에 피어있는 잔나비 걸상 버섯을 발견하여 따고, 그 옆에 찔레나무 밑둥에 달려있는 찔레 상황버섯도 따서 술로 담갔다. (왼쪽은 찔레상황, 오른쪽은 잔나비 걸상 버섯) 그리고..

시골살이 2020.05.02

또 봄이 지나가네

산중 무일력(山中無日歷)의 한가한 시골살이에서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는 것은 봄에 피어나는 꽃과 신록, 가을의 단풍이겠다. 눈 덮인 듯 하얗던 벚꽂이 엊그제 같던데 이제 주변은 모든 게 푸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전에 심은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점점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낙으로 산다. 귀촌 1년 6개월 동안 약 50여 종 130여 그루의 유실수와 약용수(또는 꽃나무) 들을 심었고, 다년생의 각종 산나물들을 심었으니 이제 식목은 다 한 거 같고 커가는 모습만 즐기면 되겠다 (그동안 심은 나무들은 대략.. 골드키위, 레드키위, 키위 숫나무, 편백, 호랑이 무화과, 바이오체리, 흑노호, 포포나무, 산초나무, 비타민나무, 슈가메이플, 민엄나무, 호두나무, 서양호두(페칸), 왕다래나무, 대왕대추, 민두릅, 블루..

시골살이 2020.05.01

3미터 FRP카누 주문생산 합니다

3미터 FRP카누의 양산형 몰드가 완성되어 언제든 주문생산 가능합니다 주요 제원 길이: 3미터 폭: 92cm 무게: 20~22kg 선체 재질: FRP 가격: 100만 원/척 (VAT 및 운송비 별도) 문의전화: 010-2303-3976 선체는 전체 FRP로 제작되었으며 목재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목재를 사용하는 카누의 취약점인 유지관리의 번거로움으로부터 자유롭고 부패나 갈라짐, 함몰, 주기적 재도장 등등 선주가 신경 써야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야외에 장기간 카누를 보관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제 개인적인 필요로 만든 모델입니다. 92센티의 넓은 선폭과, 선수 선미부는 풍만한 신경이 써이지 갖고 있어 기본적으로 예비부력과 안정성이 좋습니다만, 선저에 킬(KEEL)을 채용함으로써 롤링감소, 종강도 ..

귀촌 1년 그리고 백봉 오골계

귀촌을 한지 1년. 시골은 생명과 관련된 일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하는 일 없이도 바쁘다. 손바닥만한 텃밭에 채소와 나무를 심고 닭과 오리를 키우고..거름 주고 잡초 뽑고 모이 주고 똥 치우고.. 폐허였던 이곳을 미니포크레인으로 잡초를 걷어내야 했었는데 작년 겨울과 비교하면 횅할 정도로 많이 말끔해졌다. 봄부터 어마어마하게 자라나는 잡초의 새싹들을 일일이 손으로 뽑아주었고(특히 환삼덩굴), 1년 동안 주변에 심은 나무 묘목만 해도 50여 그루는 된다. 내년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나무들은 이제 뿌리를 내렸고 내년이면 자라나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것이다. 눈 달린 짐승은 안키우려고 했었지만 그래도 시골생활에서 가축이 없으면 아쉬움이 있다. 지인이 갖고 온 촌닭 병아리와 인심좋은 이웃이 선..

시골살이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