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잡담

'뚱순이'호를 찿아서

어니스트 해마선소 2009. 8. 5. 01:16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불현듯 기억나는 보트도 있다.

'뚱순이'호..........

 

요트부의 텐더정으로 사용되었던 보트다.

선배들로부터 대대로 뚱순이라는 이름만 물려받았을 뿐,

말없이 하버의 한 귀퉁이에 조용히 묶여있는 잡역선으로,

누구도 뚱순이를 특별히 관심있게 보지는 않았다.

frp로 만들어진 보트였는데,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존재라서

관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않아 선체표면이 빼꼼한곳이 없을정도로 늘 엉망이었다.

누가 제작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찌나 두껍게 적층을 했던지, 선각의 frp두께만도

거의 8밀리정도였으니 무게가 상당했다.

그러니.. 마구 사용하기에 더욱 좋았는지 모른다. 

 

 

1학년 노예들이 젓는 뚱순이에 승선한 영춘형 재곤형^^

 

뚱순이호는 주로 4학년 요트부 원로(?)들이 가끔씩 타고 다녔다.

원로들이 뚱순이를 타고 해상에 나오는 날이면, 그날은 세일링 훈련이 은근히 긴장되는 날이다.

그들 원로들의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는 날이라도 되면 더욱 그랬다.

 

요트경기 스타트(start)훈련을 지도 중인  원로들

 

 

사진 현상이 끝나는 일주일 후에는 전체 모임이 잡혀, 세일링 사진 판독 결과에대한 토론이 있다.

요트를 타고있는 승정원은  잘 인지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상황들...

즉 자신의 세일트림이라든지, 적절한 리치 텐션, 리치 트위스트량, 집과 메인의 트림 조화,

크루와 스키퍼의 배석위치부터 동작일치 여부, 그 날의 기상에 따른 런닝 & 스탠딩 리깅 튜닝의 적정성 등등...

기타 세세한 부분까지 제3자의 시각에서 본 상황들이 사진속에 고스란히 담기고,

그것을 보며 기술적인 문제에대해 토론한다.

그 모든것들은 뚱순이호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니...뚱순이가 예삿 보트는 아닐때란 그때 뿐이다.

 

선배의 말에 의하면..

한때 뚱순이호도 (저 남반구의 키위새처럼) 세일을 달고 범주를 했던 때도 있었다 한다.

 

"야 저게 한때는 세일을 달고 범주를 했었단다야,,ㅋㅋ!"

세일링 딩기로서의 흔적이 아직은 남아 있기는 했지만...

당시의 우리 기수에선 노젓기 텐더정으로만 운용되고 있었기에 

뚱순이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웃기만 했다.

..............

 

어느날 나는 옛날의 뚱순이가 우연히 생각났다.

그래서 내가 가진 모든 자료를 찿아서 뚱순이와 가장 닮은 딩기를 찿기 시작했다.

뚱순이의 선내 배치를 볼때 거의 cat rig일 가능성이 많았고,

사진속의 배의 크기로 볼때 전장 12피트 정도로 예상했다.

선형이나 트랜섬 형상,등의 타봤던 기억을 종합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뚱순이는 Frederick Goeller 설계의 '12feet Dinghy'와 가장 닮았다는 것이었다.

아니...분명 뚱순이가 맞다고 확신한다.!!

 

 

 

 

 

(이제 뚱순이는 세상에 없다.

그녀는 86년도의 태풍 때 유실되어버렸다.)

 

시간이 나면... 내가 옛날의 뚱순이를 되살리고,

뚱순이가 잃어버렸던 범주(帆走)의 전설까지 찿아 줘야겠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뚱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