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바다와 배

그들은 어떻게 쉬는가?

어니스트 해마선소 2013. 6. 22. 00:41

 

 

 

 

그가 점심식사 후의 짧은 낮잠을 즐기고 있다.

평평한 플로어(floor)판과 덱크 빔은

피로로 묵직해진 그의 등과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기엔 제격으로 보인다.

쉬는 자세가 각이 딱 나오는게,,그의 지난 세월의 이력을 알 만하다.

 

배의 선형이란게  희안하게도,, 아주 인체친화적 형태를 갖고 있다는것을

보트조선소에서 오래 일해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들이 점심휴식시간에 가장 편하게 쉬고 싶을때에는

신발 벗고 양산형(量産型) 보트몰드 안으로 몰래 들어가 쉰다.

몰드 안에 들어가면 남들 눈에 잘 띄지 않고 조용히 쉴 수 있는 장점도 있을 뿐 아니라,

보트몰드의 선저형태는 그의 피로부위를 원하는대로 풀어 줄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봄이나 가을, 또는 햇살 좋은 겨울날

보트몰드는 대개 검은색이라서 햇볕에 따뜻이 데워져 있는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일자로 두다리 쭉 뻗고 쉬고 싶다면,

하드차인(hard chine)형  보트몰드의 선미쪽 활주면 바닥판에 눕는것이 좋다.

 

오랫동안 수그려 작업하다보니 등이 피로해졌다면,

직선형 moderate V형의 몰드로 들어가 센터라인에 엉덩이를 대고 가로로 누우면

등은 곧게 펴지고 다리는 약간 높인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할수 있다.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일해서 허리가 뻐근하다면,

concave V 선형의 몰드로 들어가 박스킬에 엉덩이를 걸치고 가로로 누우면

허리가 완만하게 뒤로 제쳐진 상태가 되므로 허리의 피로회복에 좋다.

심지어..

겉보기엔 도저히 불편해서 쉴 수 없을거 같은 보스톤웨일러(Boston Whaler)의 cathedral선형 몰드 조차도

막상 들어가 누워보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뜨거운 여름날엔 보트몰드 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수리하기 위해 슬립웨이에 올려놓은 배의 밑으로 들어가 쉬는것이 가장 시원하다.

배 밑바닥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미더덕과 해초와 따개비가 촉촉한 물기를 내뿜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에 어느듯 단잠에 빠져들다보면.....

 

공장장이나 사장에게 찍히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