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23

지게가 좋아요

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동네 이웃 강씨형님이 주신 지게. 철제 파이프로 만든 오래 된 개량형 지게인데, 지게의 가지가 접히는 장점이 있어 보관하기 편하다. 손으로 대여섯번 들고 나를거 한번에 지고 나르니까 요즘 자주 애용하고 있다. 동네의 금음산(쇠금산)이 음기가 쎄서 당신 집 앞에 남근상을 세워야겠다고 남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거~참...내겐 어머니처럼 편안하기만 하구만. 쩝, 지게도 선물받고 삼나무 퉁거리도 엄청 얻었는데 그정도 부탁이야 들어줘야지. 체인톱으로 후다닥 남근을 깎았다(너무 디테일하면 양반집 되긴 틀렸으니 대충 형상만..) 이웃 김사장이 자기가 지게를 지겠다니 나는 뒤에서 사진이나 찍어 주면서 강씨형님 댁으로 배달 간다// 지게 진 모습은 언제나 정겹다.

시골살이 2021.01.14

무화과나무 홀릭~

지난 해 늦가을에 승정도후인, 브런즈윅,바나네, 달마티에, 이렇게 4종의 무화과를 심어 놓고 내 먹을거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봄부터 무럭무럭 푸르게 자라나는 무화과가 보기 좋아서 이왕이면 다른 종류의 무화과를 맛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검색을 해 보니... 무화과란 수종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일단 CDDB, 오스본 프롤리픽, 마들렌 4계절, 보른홀름 다이아만트, 이렇게 4종류의 무화과 포트 묘목을 사서 프라스틱 상자에 옮겨 심었다. 가을이 오면 또 10여종의 무화과를 심어 볼 예정이다. 더운 여름에 땅파고 흙 옮기느라 구슬땀을 흘렸지만..뿌듯하다 /// 그리고 일주일 후에 도착한 새로운 무화과 묘목 7주. 하디 시카고, 화이트 트리아니, LSU훌리어, 스트로베리 베르테(SV-Unk) 2주, ..

시골살이 2020.07.22

애플수박,호박,오이

작년 봄에 재래종 멧돌호박을 심었다. 일년 내내 호박 이파리와 줄기만 무성하고 호박은 딸랑 하나 얻었다. 헛농사... 박과작물들을 키울때는 뭔가 비결이 있는가 보다. 올 봄에는 애플수박, 호박, 오이, 여주, 색동박을 심어 놓고 유선생(유튜브),구선생(구글), 지선생(지식in)으로부터 재배법을 배워나갔다. 박과작물의 재배비법은 어미순, 아들순, 손자순 등의 개념과 마디 수, 순치기 관리에 있었다. 작년엔 그걸 모르고 크는대로 내버려 두었으니, (주인이 거름도 듬뿍 주었겠다)호박은 일년 내내 영양생장(몸집 키우기)으로만 치달릴 뿐,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생식생장(종족보존)의 자각은 없었던 것이다. 봄 이후 틈틈이 순치기를 해 주었더니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벌써 호박은 10여개가 달렸고 튼실하게 커가고 ..

시골살이 2020.07.09

따바리 돌감나무 접목

작년 늦가을 동네 산책을 하다가 어느 문중 무덤가에서 감나무를 발견했다. 큰 소나무 아래에서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감나무였는데 아래 둥치는 허벅지만큼 굵었다. 그런데 그 열매가...어릴적 보던 따바리 돌감이 아닌가. 따바리란 시골의 여인네들이 머리에 짐을 이고 나를 때 안정적으로 중심도 잡을 겸 머리가 짓눌리는 고통도 줄일 겸 사용하던 짚으로 만든 도너츠 형상의 또아리를 말한다. 우리 동네에는 따바리 감이 몇 그루 있었는데 원형에 가까운 시각형으로 생겼고, 좀 납작했다. 우리집 마당의 따바리 감은 명품이었다.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 쯤이면 거의 재떨이 크기만큼 되었고 홍시로 달콤하게 숙성된 맛은 일품이었다. 반면에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따바리 감은 집에서 키우는 따바리 감의 축소형이었다. 직경 3~4센..

시골살이 2020.06.05

소나무 한입버섯과 잔나비 걸상버섯, 찔레상황버섯

목질화 된 버섯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어릴 적 고향의 산에서 무심코 지나쳤었거나, 심지어 땔감으로 아궁이에 처넣은 버섯이 많았다. 큰 냄비 뚜껑만한 두툼한 버섯을 쇠죽 쑬 때 땔감으로 태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말굽버섯이었거나 혹은 잔나비걸상 버섯이었고, 참나무 가지에 축구공처럼 둥그렇게 촘촘히 피어난 버섯은 운지버섯이었겠고... 그것들은 먹을수 없는 버섯으로만 알았다 이제 생각하면 아깝기만 하다. 동네 형님들과 버섯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 보니 자연히 버섯의 정보도 늘었다 그래서 근처 도랑의 아름드리 참나무 고사목에 피어있는 잔나비 걸상 버섯을 발견하여 따고, 그 옆에 찔레나무 밑둥에 달려있는 찔레 상황버섯도 따서 술로 담갔다. (왼쪽은 찔레상황, 오른쪽은 잔나비 걸상 버섯) 그리고..

시골살이 2020.05.02

또 봄이 지나가네

산중 무일력(山中無日歷)의 한가한 시골살이에서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는 것은 봄에 피어나는 꽃과 신록, 가을의 단풍이겠다. 눈 덮인 듯 하얗던 벚꽂이 엊그제 같던데 이제 주변은 모든 게 푸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전에 심은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점점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낙으로 산다. 귀촌 1년 6개월 동안 약 50여 종 130여 그루의 유실수와 약용수(또는 꽃나무) 들을 심었고, 다년생의 각종 산나물들을 심었으니 이제 식목은 다 한 거 같고 커가는 모습만 즐기면 되겠다 (그동안 심은 나무들은 대략.. 골드키위, 레드키위, 키위 숫나무, 편백, 호랑이 무화과, 바이오체리, 흑노호, 포포나무, 산초나무, 비타민나무, 슈가메이플, 민엄나무, 호두나무, 서양호두(페칸), 왕다래나무, 대왕대추, 민두릅, 블루..

시골살이 2020.05.01

귀촌 1년 그리고 백봉 오골계

귀촌을 한지 1년. 시골은 생명과 관련된 일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하는 일 없이도 바쁘다. 손바닥만한 텃밭에 채소와 나무를 심고 닭과 오리를 키우고..거름 주고 잡초 뽑고 모이 주고 똥 치우고.. 폐허였던 이곳을 미니포크레인으로 잡초를 걷어내야 했었는데 작년 겨울과 비교하면 횅할 정도로 많이 말끔해졌다. 봄부터 어마어마하게 자라나는 잡초의 새싹들을 일일이 손으로 뽑아주었고(특히 환삼덩굴), 1년 동안 주변에 심은 나무 묘목만 해도 50여 그루는 된다. 내년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나무들은 이제 뿌리를 내렸고 내년이면 자라나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것이다. 눈 달린 짐승은 안키우려고 했었지만 그래도 시골생활에서 가축이 없으면 아쉬움이 있다. 지인이 갖고 온 촌닭 병아리와 인심좋은 이웃이 선..

시골살이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