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선소(海馬船所)에서는 105

혹한에 봄을 준비한다

10년만의 강추위라지만, 내 기억으론 거의 이삽십년만의 추위가 아닌가 싶다. 술꾼의 몽롱한 기억임에도.. 일주일 내내 막걸리 샤베트를 마셨던 기억은 거의 없었으니까. 화목난로 옆에 둔 막걸리가 하루종일 샤각샤각할 정도로 춥고 추위도 오래간다. 작업장의 세면장 화장실 수도가 얼어붙어 옆 계곡물을 길어와 쓴지 일주일이 되어 간다. 그러니 배는 무슨 배.. 딴 일이나 해야지. 그동안 미뤄왔던 숙원사업을 이참에 2주에 걸쳐 다 해버렸다. 공장 외벽 3면에 처마를 설치했고, 작업장 안에는 H빔에 용접하여 원목선반을 설치하고 도랑가 옹벽의 경사지엔 나무덱크를 깔았다. 칼바람 맞아가며 매일 용접하고 파이프 자르느라 고생은 많았지만, 벚나무 아래 야외용 테이블을 놓는것으로 공사를 끝내고 나니 어느듯 봄맞이 준비는 끝났..

해룡득수(海龍得水) 장식물

내가 일하고 있는 중에 혼자 난로불을 때며 불멍을 때리고 있던 이웃 공장의 김사장 아우가 "난로에 집어 넣을려다가 눈이 달린 나무뿌리라서 혹시나 해서 남겨두었습니다" 이렇게 고마울수가..ㅋㅋ 그럼.. 눈이 달린 나무는 함부러 버리면 안되지. 나무뿌리의 생김새가 해룡을 닮아 장식물을 만들어 보았다. 해룡이 바다에 들어가다..해룡득수! 그동안 공간이 허전하던 작업장 대문 앞에 걸어 놓으니 심심하지 않아 좋다.

부경대학교 학생의 카약제작 실습

지난 9월 중순부터 부경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생이 해마선소에서 현도작업과 카약제작 실습을 시작했다. 20대에 자신의 보트를 직접 만들고, 그 배의 주인이 된다는 것의 뿌듯함을 잘 알기에..한달 넘게 성실히 실습한 이君의 'BSL 520' 카약 완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실습 일과가 끝나고 나면 시도때도 없이 찿아오는 시골 동네 아저씨들과의 회식과 술자리가 작업보다 더 힘들었을 터.. 끝없는 "라떼는 말이야" 이야기를 참고 들어주느라 참 수고 많았겠다.^^ 더운 늦여름이 지나 어느듯 선선한 가을을 맞고 향나무 위의 평상에서 같이 점심을 요리해 먹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듯 카약은 완공되어 이곳 선소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잘가게! 청춘의 앞날에 순풍과 순항의 행운이 가득하길!

육분의(sextant)로 잡은 부분일식

6월 21일 오후 3시 반부터 시작된다는 부분일식 뉴스를 뒤늦게 듣고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태양을 관측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5단 36배 비율 단안망원경의 앞에 씌울 검정 필터를 마련하는것도 쉽지 않았다. 검정 셀로판지를 겹겹이 대어 봤지만 빛의 산란으로 태양의 윤곽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꺼낸것이 육분의. 비록 육분의 거울에는 콩알 크기로 태양이 잡히지만 달에게 한 입 베어 먹힌 태양을 썬사이팅( sun sighting) 할 일이 일평생 몇 번이나 있겠는가? 산중이라 수평선도 없고 천측력도 없고 시진의도 초시계도 플로팅차트도 없는데.. 바다를 이미 버린 사람이 부질없이 산중에서 육분의에 부분일식의 태양을 고이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