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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가 좋아요

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동네 이웃 강씨형님이 주신 지게. 철제 파이프로 만든 오래 된 개량형 지게인데, 지게의 가지가 접히는 장점이 있어 보관하기 편하다. 손으로 대여섯번 들고 나를거 한번에 지고 나르니까 요즘 자주 애용하고 있다. 동네의 금음산(쇠금산)이 음기가 쎄서 당신 집 앞에 남근상을 세워야겠다고 남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거~참...내겐 어머니처럼 편안하기만 하구만. 쩝, 지게도 선물받고 삼나무 퉁거리도 엄청 얻었는데 그정도 부탁이야 들어줘야지. 체인톱으로 후다닥 남근을 깎았다(너무 디테일하면 양반집 되긴 틀렸으니 대충 형상만..) 이웃 김사장이 자기가 지게를 지겠다니 나는 뒤에서 사진이나 찍어 주면서 강씨형님 댁으로 배달 간다// 지게 진 모습은 언제나 정겹다.

시골살이 2021.01.14

혹한에 봄을 준비한다

10년만의 강추위라지만, 내 기억으론 거의 이삽십년만의 추위가 아닌가 싶다. 술꾼의 몽롱한 기억임에도.. 일주일 내내 막걸리 샤베트를 마셨던 기억은 거의 없었으니까. 화목난로 옆에 둔 막걸리가 하루종일 샤각샤각할 정도로 춥고 추위도 오래간다. 작업장의 세면장 화장실 수도가 얼어붙어 옆 계곡물을 길어와 쓴지 일주일이 되어 간다. 그러니 배는 무슨 배.. 딴 일이나 해야지. 그동안 미뤄왔던 숙원사업을 이참에 2주에 걸쳐 다 해버렸다. 공장 외벽 3면에 처마를 설치했고, 작업장 안에는 H빔에 용접하여 원목선반을 설치하고 도랑가 옹벽의 경사지엔 나무덱크를 깔았다. 칼바람 맞아가며 매일 용접하고 파이프 자르느라 고생은 많았지만, 벚나무 아래 야외용 테이블을 놓는것으로 공사를 끝내고 나니 어느듯 봄맞이 준비는 끝났..

해룡득수(海龍得水) 장식물

내가 일하고 있는 중에 혼자 난로불을 때며 불멍을 때리고 있던 이웃 공장의 김사장 아우가 "난로에 집어 넣을려다가 눈이 달린 나무뿌리라서 혹시나 해서 남겨두었습니다" 이렇게 고마울수가..ㅋㅋ 그럼.. 눈이 달린 나무는 함부러 버리면 안되지. 나무뿌리의 생김새가 해룡을 닮아 장식물을 만들어 보았다. 해룡이 바다에 들어가다..해룡득수! 그동안 공간이 허전하던 작업장 대문 앞에 걸어 놓으니 심심하지 않아 좋다.

부경대학교 학생의 카약제작 실습

지난 9월 중순부터 부경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생이 해마선소에서 현도작업과 카약제작 실습을 시작했다. 20대에 자신의 보트를 직접 만들고, 그 배의 주인이 된다는 것의 뿌듯함을 잘 알기에..한달 넘게 성실히 실습한 이君의 'BSL 520' 카약 완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실습 일과가 끝나고 나면 시도때도 없이 찿아오는 시골 동네 아저씨들과의 회식과 술자리가 작업보다 더 힘들었을 터.. 끝없는 "라떼는 말이야" 이야기를 참고 들어주느라 참 수고 많았겠다.^^ 더운 늦여름이 지나 어느듯 선선한 가을을 맞고 향나무 위의 평상에서 같이 점심을 요리해 먹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듯 카약은 완공되어 이곳 선소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잘가게! 청춘의 앞날에 순풍과 순항의 행운이 가득하길!